오랜만이다.

 

삼청동 박여사 퇴거 결정 이후 처음 글을 쓰는 것이니 3년하고도 반이 넘어간다. 당장 시작된 전공의 파업때문에 외래 진료를 제외한 수술 일정이 모두 취소되다보니 오랜만에 글을 끄적이게 된다. 사실 수정해야할 논문이 있긴하지만 세상 살다보면 재미있고 급하지 않은 일 먼저 하게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 아니겠는가? 전공의를 비롯한 의협의 총파업 관련하여 비난의 목소리가 많지만 일단 짬나는대로 의사 직역 계층에 대한 고찰부터 시작해보고자 한다.

 

의사 및 보건의료계통에 종사하는 분들이 아니면 잘 이해가 안가실지도 모르겠지만 의사라는 직종은 단일 직역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갈래가 있다. 전공의인가 전문의인가부터 시작해서, 종사하는 병원의 1-2-3차 의료기관 여부에 따라서도 다르고, 통칭 페이닥이라고 하는 고용된 봉직의와 실제 경영을 담당하는 오너 병원장[각주:1]도 입장이 다르며, 같은 전공의, 같은 전문의라고 하더라도 흔히 피안성으로 대표되는 인기과[각주:2]와 내외산소흉[각주:3]으로 대표되는 기피과의 입장은 다 다르다. 이 글 한편으로 모두 정리할 수는 없겠지만 내가 몸담았고, 몸담고있는 2-3차 수련병원을 중심으로 한번 살펴보자.


1. 일반의 (GP, general practitioner/general physician)


보통 GP라고 하면 군필자분들은 위의 사진(출처: 유용원의 군사세계 - 북한과 가장 가까운 GP 사상 첫 공개되다!)을 먼저 떠올리시겠지만, 의사들은 GP라고하면 떠오르는 것이 딱히 전문분야가 없는 그냥 수련 안 받은 의사이다. 사전적 의미라면 기초 의학하시는 분들도 전공의 과정이 있는 일부 기초의학과[각주:4]를 제외하면 GP라고 해야겠지만 보통 그렇게 보지는 않는다. 전문분야가 있으신 분들이니까. 여담이긴하지만 해부학과 교수님들에게 GP라고하면 화내시지 않을까? 우리 위대하신 마라토너이시자 그만 좀 개로피셔야하는 안모씨도 생리학 박사기는 하지만 사전적 의미로는 GP고.


사실 GP를 일반인 입장에서 GP라고 인지하고 볼 기회는 아마 드물 것이다. 보통 일부 보건소 및 보건지소의 공중보건의가 아마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곳일 것이며, 일부 피부, 미용, 비만 클리닉에서 만나게 되실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실제로 인지하실지는 모르겠지만[각주:5]. 예전 학생때 압구정의 수많은 피부과, 성형외과 중 상당수가 GP가 운영하는 곳이라고 듣기는 했다만, 내가 그쪽 분야에서 일하지는 않으니 요즘은 어떨지 모르겠다.


예전 의사들이 한참 없었던 수십년 전이야 GP 들이 적당히 술기 배워서 지역 산부인과 의사회 간부도 하고 하긴 했었다만[각주:6] 요즘이야 택도 없는 얘기고 그냥 의사들 사이에서도 약간은 무시(?)당하는 그런 느낌이라고 보면된다[각주:7]. 요즘 말많으신 일베 협회장 최모씨도 GP시고.


2. 전공의 (인턴, 레지던트)

사전적 의미로는 전공의들도 전문의는 아니니 GP다. 중간에 그냥 때려치우거나 지원하는 과가 안되서 군대를 가거나하면 전문의 자격증은 없으니 여전히 GP다. 하지만 보통은 전공의부터는 따로 분리해서 부른다. 현실적으로도 하는 역할에서 차이가 많이 나니까.


2-1. 인턴

일단 인턴을 보자. 일부 환자들에게는 의사 취급을 못받기는 하지만 인턴도 엄연한 의사다. 이론적으로는 내가 어제 면허를 땄으면 오늘부터는 뇌수술을 집도해도 문제는 안된다 발생하는 결과에 책임을 질 수만 있다면. 다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니 각자 전공을 정해서 전공의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인턴은 전공을 정하기전 1년간 병원 내의 각 과에서 근무를 해보며 자신에게 맞는 전공을 찾는 것이 이상적 목표이기는 한데, 언제나 그렇든 이상과 현실의 괴리는 약 100만 광년정도 된다.


아까도 말했듯이 인턴도 의사기 때문에 의사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할 수 있다. 채혈도 해도 되고, 제세동기를 휘둘러도 되고, 찢어진 피부 봉합 등도 할 수 있다. 다만 의학드라마에서 나오는 흔히 의사라고 하면 생각하는 간지나는 술기 들은 보통 위험부담이 있으니 인턴에게까지 차례가 들어오는 일은 거의 없고 채혈이나, 관장이나, 소변줄[각주:8]을 꽂거나 콧줄[각주:9]을 꽂는 뭔가 의사가 하긴 해야 할 것 같기는 하지만 잡다하고 힘들고 간지나지 않는 일들이라던가 간호사가 해도 될 것 같고 의사가 해도 될 것 같은 애매한 경계에 있는 일들을 전담해서 하게 된다.


정형외과 기준으로 수술장에서 하는 일은 주로 수술전 팔-다리 소독할 때 멸균 소독된 부위가 오염되지 않도록 환자의 체위를 유지하는 역할을 하지만, 말이 거창한거지 그냥 팔-다리를 떨어뜨리지 않도록 잡고 있는 일을 한다. 필자가 인턴할 때 정형외과에 관심이 없던 동료가 '내가 다리 들고 있으려고 6년간 공부했나!'라고 한탄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의학적으로는 중요한 역할이기는 하다. 소독된 팔-다리가 소독된 포로 완전히 덮이기 전에 떨어뜨리면 처음부터 다시 닦아야 하거든. 그냥 두면 오염된 것으로 보니까.


그 외에도 의학적인 일과는 딱히 관련이 없지만 다같이 먹을 저녁 메뉴를 정한다던가, 뭔가 힘을 써야될 것 같은 잡무에 끌려나가는 역할을 한다. 요즘은 어떤지 잘 모르겠다 필자가 근무하는 곳은 이제 전공의들이 각자 알아서 저녁을 먹는 것으로 바뀌어서[각주:10]. 그렇기에 뭔가 병원내에서의 계급 위치도 바닥을 박박 기어다닌다. 인턴 삼신(일하는 건 등신, 먹는 건 걸신, 쳐 자는 건 귀신)이라는 사자성어(?)도 있고, 필자가 인턴일 때는 자조적으로 '인턴의 위치는 병원 바닥과 환자 이송용 침대 바퀴 사이의 어딘가에 있다.'라는 말도 있었으니. 아, 참고로 의대실습생들은 보통 인턴보다 계급이 높은 것으로 쳐준다. 그 분들은 돈내고 다니시는 분이라.


2-2. 레지던트

지랄맞은 인턴을 1년간 지내고 무사히 전공의 선발에 합격했다면 이때부터는 레지던트로서의 역할을 하게 된다. 사실 이때부터는 워낙 과마다 차이가 많이나서 일괄적으로 뭉뚱거리기는 힘들다. 그냥 간단하게 나누면 환자를 직접 보지 않는 서비스과계(영상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병리과 등)와 수술을 주로 하는 외과계(외과, 흉부외과, 성형외과, 정형외과 등등)와 수술을 하지 않는 내과계(내과, 소아청소년과, 신경과 등등)로 나눌 수 있다. 필자야 정형외과가 전공이니 이를 중심으로 보겠다.


병원마다, 그리고 과마다 차이가 나지만 일단 필자의 전공인 정형외과를 중심으로 보면 주로 저년차(1, 2년차)는 병동 환자 관리를, 고년차(3,4년차)는 수술 술기 습득을 주로 하게 된다. 그나마 요즘은 주당 근무시간을 80시간으로 제한하는 전공의 특별법[각주:11] 발효 이후로 조금 사정이 나아지기는 했지만, 현실적으로는 잘 안지켜지는 곳도 많고 잘지켜진다고 해도 80시간[각주:12]이면 여전히 다른 직종에 비해서는 그냥 일을 많이 하고 있는 것은 맞다. 심지어 교육부 발령 전임 교수는 아니지만 대내-대외적으로는 조교수 타이틀을 달고 있는 필자도 보통 6시 30분까지 출근하고 22시 정도 퇴근하니까 아마 정규업무는 전공의들도 필자랑 고만고만하게 일하고 있을 것이다.


다만 전공의들은 여기에 붙는게 따로 있다. 당직. 당직도 마찬가지로 전일 밤샘 당직을 했으면 12시간 휴식 쉬간을 주는 것이 맞기는 한데 현실적으로는 그러면 정규 업무가 마비가 오기 때문에 그냥 꾸역꾸역 진행한다. 그나마 아직까지 정형외과는 인기과라 미달된 적은 없기는 한데 실제 미달나서 전공의들을 못뽑는 과들은 교수 타이틀 달고 당직 서는 과들도 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진료는 그냥 하고.


물론 피부과 같이 병동 입원 환자가 거의 없는 과들은 업무량이 상당히 줄어들게 된다. 여기서 기준으로 삼은 정형외과가 업무량으로는 병원 내에서도 최고 수준이기도 하고[각주:13]. 흔히 말하는 힘든 과들은 그냥 주 80시간을 지켜주기만 해도 행복할 정도로 힘들다고 생각하면 된다. 실제로 기피과/인기과가 갈리는 지점 중 하나로 '레지던트때 얼마나 힘든가?'는 항상 들어간다고 보면 된다.


자 여기서 다시 파고들어보자. 기피과/인기과가 갈리는 요인은 무엇인가? 첫번째 조건 중 하나는 직전에 언급한 것 처럼 '레지던트 과정이 얼마나 힘든가?'이다. 두번째 조건은 무엇일까?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내가 이걸해서 먹고 사는 것이 문제가 없고 돈을 벌 수 있는가?' 이다. 즉, '먹고사니즘'이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라는 것이다.


'아니 왜 의사들은 연봉 억대로 받으면서 먹고 사는 걱정을 하는게 말이되냐!' 라고 말할 분들 많은 것 안다. 평균으로 따지자면 맞다. 아직까지 의사는 먹고살만하다. 그런데 왜 돈이 문제가 될까? 전부다 탐욕스럽고 이기적이라 돈만 쫒아서? 이 지점을 한번 살펴보자.


이전 의사들 커뮤니티(공중보건의 커뮤니티로 기억한다. 정확하지는 않지만)의 익명 게시판 비슷한 곳에 수입-간지 곡선이라는 게시물이 올라온 적 있다. 의학드라마의 단골 주인공인 흉부외과는 다들 예상하다시피 간지폭풍이긴 하지만 수입은 바닥에 가까운 모습을 보인다. 비뇨기과는 수입, 간지 모두 바닥을 친다. 정형외과는 간지는 그냥저냥, 수입은 평균 이상 이었다. 성형외과는 수입, 간지 모두 폭풍이었고. 뭐 저게 다 맞다고 할 수는 없지만 대략적인 사회 인식과도 크게 동떨어져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 같은 의사이고, 중요성은 쌍꺼풀 성형보다야 심장 수술이 더 높을 것 같은데 왜 성형외과의 수입은 하늘을 뚫고 흉부외과의 수입은 바닥을 칠까? 이 지점을 살펴봐야 한다. 역설적이게도 의사들의 평균적인 수입은 얼마나 이 사람이 하는 일이 생명과 관계없는가에 비례하게 된다.


만약에 건강보험이 없다고 치자. 내가 곧 놔두면 죽을 심장병을 가지고 있는 외꺼풀의 20대 여자라고 가정을 해보자. 내가 돈이 '살았는지 죽었는지 알 수 없이 퇴원하고 계시지 않는 그 분'처럼 많다면 상관없겠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내가 딱 천만원 정도만 치료 비용으로 낼 수 있다고 한다면, 그 천만원을 심장병을 고치는데 쓰겠는가? 아니면 쌍꺼풀 수술하는데 쓰겠는가? 당연히 정상인이라면 심장병을 고치는데 사용할 것이다. 그리고 이게 통제를 받지 않는 완전 자유시장 경제라면 심장병을 고치는 흉부외과의 수술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그럴 수 밖에 없는게 대부분의 사람은 자기 목숨 소중한 것은 알기 때문이다.


이걸 국가단위로 확장해보자. 여러분은 국가 운영의 전권을 가지고 있는 독재자고, 국가는 일정 금액의 돈을 가지고 있다. 편의를 위해서 그냥 1억만 가지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총 국민의 수는 100만명이고, 그 중에서 심장병 수술을 받아야 되는 10명과 쌍거풀 수술을 원하는 10명이 있다고 쳐보자. 둘다 수술비는 천만원이다. 여러분이 국정운영자라면 어디에 지원을 할 것인가? 당장 놔두면 죽을 수 있는 환자를 위해 심장병 수술에 1억을 부을 것인가 아니면 쌍거풀 수술에 1억을 부을 것인가? 아마 답은 나왔을 것이다. 미친 변태 독재자가 아닌 이상에야 당연히 심장병 수술에 1억을 부을 것이다. 이러한 논리로 환자의 생명과 직접적인 관련을 받는 술기는 국가의 재정 지원을 받는 대신 국가의 통제를 받게 된다. 이게 흔히 말하는 보험 수가 급여의 개념이다.


관공서와 같이 일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국가 관련 사업을 하는데는 요구하는 것이 많다. 연구 과제 하나 따낼때에도 온갖 서류를 다 양식에 맞춰서 내야되고, 보통 일반 과제보다 국책 과제의 서류 요구량은 2배 이상에 달한다. 납세자로서는 당연히 이해가 가는 일이다. 내 세금을 어떤 미친 놈들이 빼먹는데 쓰는 것을 보자면 빡치는 일이니까.


자 다시 한번 앞의 사례를 확장해보자. 여러분은 국가 운영의 전권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선거에서 당선이 되어야 하는 민주주의 사회의 국정 운영자다. 아까도 말했듯이 국가는 1억원의 돈을 쓸 수 있고, 총 국민의 수는 100만명이다. 마찬가지로 심장병 수술이 필요한 10명이 있고, 쌍꺼풀 수술을 원하는 10명이 있다. 그리고 추가로 해마다 감기로 진료를 보는 사람이 20만명이 있고 감기 치료에는 1,000원이 든다고 가정해보자. 당장 다음 해에는 선거를 해야한다.


나의 공약은 다음과 같다.

"심장병 걱정없이 사는 나라. 심장병 수술 전액 무료!"

상대 후보의 공약은 다음과 같다.

"여러분 감기 치료비 1,000원 많이 부담스러우시죠? 반값 의료 실행하겠습니다. 앞으로 500원만 내세요!"

이 나라의 도덕적 수준이 매우 높아서 혜택을 보는 이의 절반만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공약에 찬성하고 나머지 절반은 공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고 가정하자. 단순 표대결을 하면 5:100,000 이다. 안되겠다 왠지 내가 질 것 같다. 도덕적 수준을 매우 높여서 직접 수혜자의 1/10만 찬성한다고 가정하자. 어 그래도 1:20,000 이다.이건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싸움이다.


현실은 더 복잡하다. 희귀, 난치병 환자들의 경우 한 1년 치료하면 수억은 그냥 깨지는 약들도 많고, 암환자들의 경우 온갖 새롭게 개발되어 외국에서 효과를 검증 받은 약들도 보험 인정이 되지 않는 것이 수십가지다. 당연한 말이지만 보험 적용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람을 살릴 수 있는 신약은 그냥 매우 비싸다. 그리고 그런 보험이 되지 않는 약의 약값을 정하는 것은 의사가 아니다. 개발한 제약회사지.


위 개념을 가지고 다시 현실로 돌아가보자. 의료비에 쓸 수 있는 국가의 재정은 한정되있다. 당연하다. 우리의 북쪽에는 혹부리우스-뽀그리우스-뚱땡이우스 3대로 이어지는 북괴가 있고, 서쪽에는 시진핑핑이가, 동쪽에는 아베상이 있다. 일단 군대가 있어야 나라꼴을 지킬 수가 있을 것이다. 국가가 발전해가려면 당연히 교육도 필요할 것이고, 경제가 돌아가려면 물류를 뒷받침해줄 교통도 유지되어야 한다. 의료비에만 돈을 쓸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환자는 매우 많다.


여러분이 민주주의 사회의 담당자라면 어디에 돈을 투자해서 의료비를 통제할 것인가? 당연히 통제가 안되면 사람이 죽을 수 있는 병과, 사람이 죽지는 않지만 환자가 매우 많아서 여기에 돈을 부으면 표로 돌아올 것 같은 곳에 예산을 퍼부을 것이다. 이것이 기본적인 보험 수가 통제의 원리다.


스타크래프트를 할 때도 show me the money를 친 상태라면 200 인구수를 배틀로 꽉채워서 돌진해도 문제가 안되지만 현세에 치트키란 없는 법이다. 미국도 의료비 폭증한다고 난리인 판국에. 자, 그러면 일단 살고 죽는데 지장이 없는 의료 행위는 국가의 지원에서 모두 벗어난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지원이 없으니 이 의료 행위가 얼마가 되었든 국가에서는 모두 무시한다. 따라서 쌍꺼풀 수술은 의사가 받고 싶은대로 받을 수 있다 이게 바로 비급여 항목이다. 그리고 피부, 미용, 비만으로 대표되는 이러한 비급여 항목은 철저한 시장 경제의 논리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 옆 병원에서 10만원에 수술한다는데 나 혼자 100만원을 받으려면 적어도 90만원 이상의 만족감을 더 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망할테니까. 그러나 급여 항목은 그렇지 않다.


아까 말했던대로 국가 재정의 지원을 받는 술기는 받을 수 있는 돈도 정해져있다. 사람의 생명은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만큼 소중하니까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내가 하는 수술은 10억은 받아야 된다고 주장하고, 이 비용으로 국가에서 지원을 해준다면 국가 재정은 아마 한달도 안되서 파탄에 이를 것이다. 앞서 말한 심장 수술외에도 흔히 맹장염이라고 불리는 충수돌기염도 시기를 놓쳐서 땡땡부은 충수돌기가 터져버려 복막염으로 진행된다면 사람은 죽는다. 정형외과에서도 사람이 죽고 사는 병은 거의 없지만 세균성 관절염이 제때 치료가 되지 않아서 온몸으로 세균이 퍼지는 패혈증 상태가 되면 사람은 죽는다. 산부인과도 마찬가지 난산일때 제대로 처치가 안되면 산모와 아이는 모두 죽는다. 이런 것들을 모두 10억을 준다? 아마 2주면 건보공단 파멸의 길이 열릴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 국가는 급여 수가에 제한을 둔다. 들어가는 인력과 장비와 수술 술기의 난이도 등등을 복잡한 계산을 통해 상대가치수가제라는 것을 만들어 각 수술 술기당 얼마 하는 식으로 제한을 둔다. 그리고 앞서 말했던 것 처럼 세상은 소수의 위급한 중증 환자와 다수의 경증 환자로 이루어져 있다.


앞서 말했던 것 처럼 정치인이 표를 얻기 위해서는 한정된 재원을 다수의 경증 환자에게 뿌리는 것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물론 윤리적인 측면에서 어느 정도는 소수의 중증 환자에게도 지원한다. 국가가 돈이 무한정 있다면 모두 지원할 수 있다. 그러나 한정되어 있다면? 해결책은 크게 두가지다. 돈을 더 끌어오거나, 지원을 줄이거나.


불의는 참아도 불이익은 못참는다는 말처럼 당장 내 눈앞에 보이지 않고 나는 해당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희귀 난치병 환자나 중증 외상 환자 10명의 수억대 치료비보다는 당장 내가 감기로 내야되는 만원이 더 아까운 것은 어찌보면 인지상정이라고 할 수 있다. 당장 감기는 보험 적용 안된다고해서 진료볼때마다 10만원씩 내라고 하면 아마 의사는 머리채를 붙잡혀서 질질 끌려갈거고, 정권은 전복될 거다.


그렇다면 또 다른 방법은? 건강보험료 인상이다. 여러분이 내는 건강보험료의 10배만 더 내시면 우리나라는 전세계 의료를 선도하는 의료 선진국이 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용감한 정치인이 있다고 치자. 당장 제명되거나 언론의 난도질로 만신창이가 될 것이다. 아니라고? 당장 10배가 아니라 6.5% 인상하겠다고 했다가 겁나 두들겨 맞은 정치인이 바로 여기에 있다. 유시민 전 장관이다. 만약 지금 이런 주장하는 정치인있으면 의사한테 뭘 받아 쳐먹었냐, 의료 적폐, 의피아 등등으로 줄줄이 달릴 것이다.


자 그럼 보장 범위도 못줄인다, 건강보험료 인상도 안된다, 그럼 정부의 또 다른 카드가 없을까? 있다. 앞에 것과는 달리 딱히 표에도 영향 안주고 말끔하게 해결할 수 있는 카드가. 바로 수가 동결 및 급여 삭감이다.


현재 의사 숫자는 대충 13만명쯤 된다. 여러 통계에 한의사도 들어가고 어쩌고 하는 분들이 많아서 순수 면허 숫자로 따지면 그쯤된다. 내가 98000번대이고, 한 해당 3000명씩 늘어나니까 면허 숫자로 따지면 지금 13만번대 초반이 아마 작년에 면허를 받은 사람의 면허 번호 일 것이다. 실제로는 죽은 사람도 있을 거고, 은퇴한 사람도 있을 것이며, 기초 의학등을 하시느라 진료는 안보시는 분들도 있을테지만 거칠게 만명정도 빼서 12만명이 진료를 한다고 치자.  뭐 의사 가족들은 의사 편을 든다고 치고, 모든 의사가 의사 아닌 사람과 결혼해서 애를 2명씩 낳았고 모두 투표권이 있다고 잡아보자. 이러면 대충 표가 얼마쯤 될까? 48만명. 실제로 의사끼리 결혼하는 경우도 있고, 애도 없는 경우도 많고, 애가 있어도 어린 경우도 많지만, 애가 없어도 편들어줄 부모님은 있다고 해보면 어쨌건 최대한으로 계산해보면 대충 50만 정도 나올 것이다. 500,000 vs. 50,000,000. 한줌도 안된다.


이를 바탕으로 역대 정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수가에 칼질을 해댔다. 간혹 너무 칼질을 해대다가 의사도 아닌 올림푸스에게 역으로 쳐맞고 털린적도 있지만[각주:14], 언론 플레이 한번 해주면 의사들은 그냥 나가떨어지니 정부 입장에서는 날로 먹는 싸움이다. 그렇다고 너무 털어먹으면 그냥 보험 진료를 접어버리니 적당히 의협과 정부가 타협한 선이 비급여하게 해줄게 서로 선 넘지는 말자 정도가 현재까지 이어지는 상황이다.


이는 '만약 수술을 해야하는데 재료비 포함 원가가 100만원이면 70만원까지는 줄게. 30만원은 적당히 재소독해서 쓸 수 있는 일회용품 재소독해서 쓰고 주차비 받고 1층 까페에서 커피 팔고 장례식장 운영해서 잘 벌어봐. 아 요즘 사람들 흉터에 민감하니까 흉터 없애는 연고 같은거 팔아도 되겠다. 그리고 수술 전에 검사도 조금 하잖아? MRI 같은 거는 그냥 비급여로 하자. 우리도 급여하려면 돈 없으니까.'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다.


자 그럼 어떻게 될까? 주차비 받고, 까페 운영할 수 있고 장례식장 운영할 수 있는 초대형병원들은 그나마 어느 정도 유지한다. 그러나 의원과 중소병원들은? 당연히 운영이 안된다. 100만원 받아야 유지가 되는데 70만원만 준다. 그럼 병원 운영자 입장에서는 어떻게 병원을 굴리겠는가? 적자가 많이나는 기피과 진료 인원은 꼭 유지해야 되는 만큼의 기준만 충족시키고 추가로 뽑지 않는다. 그게 아니면 비급여 수가를 받을 수 있는 것에 집중한다. 내과라면 검진을, 산부인과라면 산후조리원을, 피부과라면 피부 미용에, 성형외과라면 미용 성형에 집중을 한다. 내과에서 돈 안되는 술기들은 못하게 막고, 산부인과는 아예 분만을 하지 않거나 산후 조리원을 더 크게해서 유지하고, 피부과에서 피부병은 '예약' 환자가 아니라 받지 않고, 성형외과에서 재건 성형 및 선천성 안면 기형은 받지 않는다. 아마 얼굴 찢어져서 성형외과 가보신 분들은 겪어봤을지도 모르겠다. 우리 병원은 찢어진 환자는 수술 못한다는 상황을. 아니 찢어진 환자 꼬매는게 로봇 수술도 아닌데 성형외과에서 못한다는게 말이되나?


자 이게 누적되면 어떻게 될까? 병원 운영자 입장에서는 돈 안되는 과들은 없애거나, 없앨 수 없다면 최소한으로 유지한다. 흉부외과? 몇몇 대학병원을 제외하면 아예 없거나, 흉부외과 의사가 있더라도 중환자실만 담당하고 수술은 하지 않는 병원만 남아있다. 산부인과? 최근 분만이 가능한 병원이 없는 지자체가 늘어나고 있다. 심지어 산부인과는 90년대만 해도 최고 인기과 중 하나였다. 필자의 아버지가 산부인과 개원의셨고, 아버지가 분만으로 얻은 수익으로 내가 대학까지 나온 수혜자니 잘 알지만 내가 전공을 결정하는 것으로 고민할 때에 아버지가 하신 말씀은 딱 2가지가 있다. "산부인과, 흉부외과 하지마라.", "니 성격에 기초는 안할테니 다른 임상과는 저거 2개 빼고 니가 하고 싶은 걸로 해라.". 아 그리고 내가 대학 졸업하니까 그냥 분만 접으시고 부인과 진료랑 검진만 하신다고 하시더라. 힘드시다고.


축하한다. 이제 전문의 자격증을 딴 전공의들은 전문의를 따고 전공을 살릴 곳이 없어졌다. 내가 흉부외과로 개업해서 간지나게 심장 수술 하려면 건물 짓고 장비들이고 인력 고용하려면 1-2억으로는 택도 없다. 그렇다고 내가 취직하려니 자리가 없다. 좋아 나는 흉부외과고 혈관을 같이 수술했던 과니까 내가 전공을 살릴 길은 하지정맥류다! 씨발 까놓고 말해서 하지정맥류 수술하려고 흉부외과 가서 고생하겠다는 돌대가리가 누가 있나, 상황이 여의치 않으니 그걸로 개업하지.


이런 태세가 누적되면? 당연히 기피과와 인기과가 극명하게 갈리는 거다. 의대 다니면서 암환자의 병기 분류가 어떻고, 심전도상 T-wave가 어떻고 빠삭하게 외우던 명석한 의대생은 피부과로 간다. 그리고 몇몇 사명감에 넘치는 이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성적순으로 인기과들을 간다음에 영 성적이 시원찮았던 이들이 전공의 선발 발표 전날 전화를 받는다.
"자네 군대 가야될 것 같은데 혹시 우리과 생각 없나?"
[각주:15]


내가 예전에 봤던 만화 중에 '진격의 거인' 이라는 만화가 있다. 만화가 성향이 극우 혐한이라고 하는데다가 전개가 산으로 가서 그냥 손절한 만화인데 초창기에 나오는 대사 중 이런 대사가 있다. "왜 거인을 죽이는 법을 잘 배운 애들이 왜 거인을 죽이지 않는 안전한 헌병대에 가려고 하냐!" 정확한 문장은 모르겠지만 뉘앙스는 저렇다.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렇지 저게 세상의 진리지라고 느낀 것은 내가 의사라서일까 아니면 세상이 원래 저따구라서 그런걸까?


다시 두번째 조건으로 돌아가보자. 전공의 인기과/기피과를 가르는 기준의 첫번째 조건이 '얼마나 편한가?' 라면 두번째 조건은 '먹고 살수 있는가?' 라고 했다. 당연히 무슨 과를 해도 아직까지 의사는 먹고 사는 것은 해결된다. 그러나 문제는 가성비다.


만약에 내가 흉부외과를 갔을 때 내가 배운대로 수술할 수 있는 대학병원 급의 자리가 보장되어 있다고 한다면 아마 기쁜 마음으로 지원했을 것이다. 그러나 대학병원의 자리는 한정되어 있고, 나는 심장수술보다는 하지정맥류를 고칠 가능성이 높아보였기에 아쉽게도 포기했다[각주:16]. 내가 정형외과를 택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비록 전공의때 겁나 힘들기는 하지만, 적어도 내가 전문의를 따고 나오면 수술은 할 수 있으니까. 그게 대학병원이건 전문병원이건.


그러나 나처럼 전공을 살리지 못하는 과를 가지 못하고 기피과로 빠졌다면? 방법은 하나다. 그냥 기피과 진료를 안하는거. 아까 하지정맥류 말했었지? 그나마 하지정맥류는 최소한의 연관성이라도 있지, 피부미용 하시는 분들 전공은 정말 제각각이다. 피부과도 물론 있지만 오늘도 수많은 산부인과, 소아과, 외과 선생님들이 메스와 청진기를 포기하고 박피 레이져 앞에 앉는다. 이게 무슨 가성비 떨어지는 일인가. 그럴거면 그냥 처음부터 피부 미용 외길로 가지.


그럼 이런 소리를 하는 사람이 생길지도 모른다.

'정형외과 같은 인기과 수가 낮추고 비인기과 수가를 왕창 높여주면 되는 것 아니냐?' 축하한다 여러분은 또 다른 기피과를 만드셨다.

'그럼 피부과 같은 곳은 아예 수가를 주지말고 비인기과에 몰아주면 되겠네!'

축하드린다. 이제 건선 치료 받으시려면 비급여로 지금보다 수배이상의 돈을 들이셔야 할 거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수가를 낮추는게 아니라 수가를 없애서 비급여로 한다고 하면 해당과의 인기는 대폭발을 할 거다. 비급여로 받을 수 있으니까.


3. 전문의

자 그래도 전공의까지는 그나마 공통적인 분모가 많다. 그러나 전문의부터는 내가 일하는 곳에 따라 직역이 천차만별이다. 일단 전공의들이 수련받는 병원인지 아닌지에 따라서 갈린다.


흔히 말하는 동네병원, 즉 레지던트를 비롯한 전공의들이 없는 병원의 전문의들의 직함은 보통 셋 중 하나이다. 원장님, 부원장님 혹은 과장님. 뭐 센터장님이나 다른 기타 직함들도 있긴하지만 그건 중요한 것이 아니고 병원 소유자인지 아니면 근로자인지가 중요하다. 그냥 말이 기니까 앞으로는 오너와 봉직의라고 하자.


오너는 말그대로 자영업자다. 내가 학교다닐때에도 수업료 한번 지원받은 적 없고, 개원한다고 해서 화환이라도 한개 국가에서 보내준 적 없다. 일반 다른 자영업자들과 마찬가지로 내 돈 들여서 내가 개업한 요즘 말로 내돈내산 자영업자다. 이 분들은 수가에 굉장히 민감하시다. 주변 병원과 경쟁을 피터지게 해야해서 비급여라고 막 받지는 못한다. 말빨을 비롯한 개인의 능력에 따라 어느 정도 달라질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자영업자이기 때문에 수가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이게 흔히 말하는 기피과가 개업을 하기 힘든 이유다.


그나마 내과계는 개원 자금이라도 적게 들지, 외과계의 개원 자금은 압도적이다. 내가 수술할 때 사용하는 환자 체위 고정 장치가 1개에 2600만원쯤 한다. 전기로 높이 및 각도가 조절되는 수술용 침대가 아마 개당 1억 정도 할꺼고, 감염 방지를 위한 양압수술장 공사 비용은 알아보지는 않았어도 이것도 수억은 할거다 아마. 최근 들어 공동 개원이 늘어나는 이유도 이와 관련이 있다.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돈이 너무 많이 드니까.


이렇게 개인 자본을 부어서 개원했으니 당연히 회수해야 한다. 이렇게 한 2년 열심히 한다. 그 다음엔? 짜잔 건보공단 현장 실사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이번 파업 끝나고 다음 현장 실사 받는 병원은 죽을 맛일거다. 미리 애도를 표한다. 내가 떳떳하게 했으면 됐지 뭐가 그렇게 캥기는게 많길래 엄살이냐라고 하실 분들 계실 것이라고 믿는다. 국세청 세무 감사를 봐라. 어떻게해도 털려고 마음만 먹으면 안털릴 구석이 없다.


좋다 어떻게든 넘어갔다고 치자. 적당히 병원도 커졌고, 혼자서는 더 이상 여력이 힘들어 봉직의를 구한다. 오너 입장에서 봉직의는 돈을 벌어주는 소중한 자원이자 미래의 경쟁자다. 오죽하면 몇몇 경쟁이 빡센 곳은 지금 일하는 곳에서 몇 km 이내 개원 금지를 채용 조건으로 내거는 곳도 있다고 한다. 왜나면 평생 봉직의를 하기는 어려우니까.


다른 모든 분야도 마찬가지지만 의사도 경력에 따라서 어느 정도는 임금이 오른다. 그리고 이게 어느 정도 한계점에 다다르면 오너는 결정을 한다. 얘를 지분에 참여하게 할까 아니면 내보낼까? 봉직의도 이런 사정을 잘 안다. 결국 봉직의들도 언젠가는 나가거나 개업해야할 생각을 한다. 오너와 봉직의는 같은 곳에서 일하지만 결국 언젠가는 갈라지게 될 사이이다.


자 그럼 수련병원으로 가보자. 일단 수련병원 전문의의 최하위 계층에는 전임의(fellow)가 있다. 병원별로 임상강사 혹은 임상교수 등의 직책을 달아주기는 하는데 그냥 요즘 추세는 전공의 5년차라고 보면된다. 의료 기술이 점차 발전하면서 예전에 비해서 알아야 할 것 해야할 것도 늘어나고, 이에 따라 전공의의 수련 기회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이러다보니 전문의를 따도 내가 막상 할 수 있는 술기는 많지 않다. 실제로 이는 큰 대학병원 전공의들일 수록 많이 겪게 되는 문제다. 내가 어떻게든 굴러가면서 봤던 것은 많다. 그런데 한번도 실제로 해본적은 없다. 예전 선배들 말 들어보면 4년차쯤 되면 이 정도 수술은 했던 것 같은데 요즘은 전임의 2년차 정도는 되야 그 정도 수술 한다. 그것도 담당 교수님 허락 겨우 받고 감시하에서.


물론 환자 입장에서는 안심될지 모르겠으나, 그 사람들도 언젠가는 전문의로서 역할을 해야한다. 그러다보니 나온 제도가 바로 전임의다. 이게 우리나라만 있는 제도도 아니고, 어지간한 의료 선진국에서는 다 있는 제도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내가 쓰는 논문에서도 이 연구는 정형외과 전문의 중 이 세부 전공 과정 전임의를 거친 누가 평가에 참여했다는 문장을 주구장창 쓰니까.


전공의는 그나마 전공의 특별법을 통해 국가의 통제를 받는다. 그러나 전임의는? 아무런 보호 장치가 없다. 그리고 법적 지위도 없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주 80시간 이상 일을 하는데 월급을 주지 않는 직장이 있다고하면 믿을 수 있겠는가? 뭐 세상에 이런일이나 사회 고발 프로그램에서 나오는 염전 노예 같은게 떠오르지 않는가? 참고로 나는 그런 분들을 매우 많이 알고 있다. 나도 했었고,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는 무급 전임의 혹은 위탁 전임의 제도가 그것이다.


전임의도 어쨌든 전문의이기 때문에 기본급은 전공의보다 많이 받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전임의가 자체적으로 병원에 수익을 가져오기란 매우 힘든 일이다. 그렇기에 병원 입장에서는 가능하면 전임의를 안뽑으려 한다. 그러나 전임의를 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많다. 당연하지 수련 과정 내내 제대로 집도해본적이 없으니. 그래서 나온 방법은? 우리 병원에서 전임의는 하게 해줄게. 대신 돈은 안준다. 알아서 벌어서 먹고 살아 ^^


아까 전공의가 국가의 통제를 받는다고 했지? 그래서 전임의들끼리 하는 말이 있다. 전공의는 공노비고 전임의는 사노비라고. 생계는 다른 병원가서 당직을 서거나 하는 것으로 해결하고, 주요 업무의 대부분은 수련병원에서 한다.


그나마 옛날에는 교수가 되고 싶거나 수련병원에 가고 싶어하는 사람들만 했는데, 최근 추세는 할 줄 아는 것이 많지 않아서 비수련병원에 취직하고 싶어하는 사람도 어쩔 수 없이 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추세다. 그나마 그런 것 없이 취직이 잘되는 정형외과도 슬슬 하는 사람의 비중이 늘어나고 2년, 3년 하는 사람도 늘어나는데 외과 같은 곳은 2-3년차 전임의가 수두룩 빽빽하다. 외과의사로서 내가 배운대로 수술하고 싶은데 그런 병원이 없으니.


교수는 넘어가자. 교수도 병원 임용, 학교 임용이 다르고 병원마다 학교마다 임용 규정이 워낙에 멋대로라 도저히 간단하게 정리는 못하겠다.


4. 중간 정리

의사 직역은 간단하게만 뒤져봐도 일반의, 인턴, 레지던트, 전임의, 교수, 봉직의, 오너로 7개로 나뉜다. 그리고 과마다, 병원 직종마다 이해관계를 따지면 아무리 간단하게 나눠도 임상전문과목 26개 이상은 될거다. 일반 의원의 원장님과 3차병원 원장님은 같은 원장 직함을 달고 있어도 이해 관계가 다르다. 전공의 숫자를 늘린다? 아마 3차병원 경영진은 만세를 부를거다. 더싸게 굴릴 인력이 늘어나니까. 반대로 1차의원 원장님은 마땅치 않을 거고 미래의 경쟁자가 늘어나니까.


  1. 말 많은 사무장 병원도 있긴하지만 넘어가자. 사무장 병원 하나만으로도 깔 거리는 모든 것을 하실 수 있는 그 분들 어휘를 빌어서 얘기하면 오조오억개다. [본문으로]
  2. 요즘도 피안성이 인기인지는 잘 모르겠다. 피부과, 성형외과는 확실한데 안과는 최근에는 조금 주춤한 것 같고. 정신과, 재활의학과, 영상의학과를 필두로 한 정재영도 인기라고는 하는데 이제 전공의 지원할 일이 없어서 확실하지는 않다. [본문으로]
  3. 다른 것은 몰라도 이건 확실하다. 내과도 3년제로 전공의 수련 기간이 짧아지면서 조금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몇몇 병원빼고는 미달이니. 내과 3년 수련의 유탄을 맞은 가정의학과에는 애도를 표한다. [본문으로]
  4. 병리과, 임상약리과 등등 [본문으로]
  5. 'OOO 피부과 의원' 이런식으로 된 곳이 아니라, 'OOO 의원, 진료과목: 피부과' 처럼 된 곳의 원장님들이 보통 GP다. 의료법으로 인해서 전문의가 아니면 OOO과 의원으로 못쓴다. [본문으로]
  6. 실제로 90년대 울산 산부인과 의사회의 회장인가 총무인가가 산부인과 전문의가 아니라 GP였다. 너무 오래전부터 자리잡아서 지역 산부인과 의사회 내에서도 못쳐내는 그런 느낌? 실제 그 당시에 울산에서 산부인과 의원을 개업하셨던 아버지께 들은 얘기니 아마 정확할 거다. [본문으로]
  7. 검정 고무신 기철이(?) 말투로 이게 전문의도 없는게 까불어~ 하는 느낌 정도? [본문으로]
  8. foley catheter라고 한다. 거동이 불편하시거나 비뇨기계 쪽에 문제가 있으신 분들이 주렁주렁 달고다니는 주머니랑 연결된 관이다. 여자 환자들은 성추행 등의 문제가 발생될까봐 보통 간호사들이 넣지만, 남자 환자들은 대부분 인턴이 넣는다. 물론 비뇨기쪽의 해부학적 문제가 많은 비뇨기과의 경우는 삽입이 쉽지 않으므로 대부분 레지던트들이 넣는다. [본문으로]
  9. 엄밀히 따지면 콧줄이 아니라 코부터 위까지 관을 집어넣는 비위관이라고 해야한다. 보통 식도나 구강 쪽에 문제가 있거나 정상적으로는 식사를 통한 영양 공급이 불가능한 환자들에게 영양을 공급하기 위한 유동식을 밀어넣는 용도로 사용된다. [본문으로]
  10. 필자가 인턴 때 저녁 메뉴 선정할 때 들었던 뭔가 보글보글 끓는 찌개가 먹고 싶다고 해서 김치찌개 시켜줬더니 부루스타가 없다고 갈구던 모 전공의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 색히 돈도 안줬었지 아마. [본문으로]
  11. 교육 관련해서는 총 88시간까지 근무 가능하다. [본문으로]
  12. 전공의 특별법 이후로 1주일에 24시간은 무조건 쉬도록 만들었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주 6일 근무로 평일 14-15시간 정도, 주말 5-10시간 정도 일한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우리 병원 기준으로 과내 컨퍼런스 등의 시작 시간은 오전 7시이고, 보통 그전에 재원 환자 상태 파악 및 수술한 환자 소독을 마쳐야 하니 늦어도 6시 정도에는 일이 시작된다고 보면 된다. 수술이 오후 6시 정도면 대충 마무리된다고 가정하면, 이 업무만 해도 이미 12시간 초과다. 보통 6시 이후로는 전공의들이 병동 환자 처방을 내기 시작하니 빨라도 오후 8시는 되어야 일이 끝난다고 보면 된다. [본문으로]
  13.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약 10여년전 기준으로 서울대병원 인턴의 3대 노역의 전당은 다음과 같았다.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중환자실(RICU) 인턴,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응급실 외상 구역 담당 인턴, 보라매병원 정형외과 인턴 [본문으로]
  14. 카메라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게는 가격 방어가 안된다고 내림푸스라는 비웃음을 사고 있지만 내시경 업계에서의 올림푸스의 위상은 압도적 1위이다. 아마 올림푸스에서 내시경 물품 안판다고하면 일본에서 반도체 관련 물품을 안판다고 했던 자해보다 훨씬 더 파장이 클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조금 회복되겠지만. [본문으로]
  15. 실제 있었던 일이다. 내가 있었던 2차병원에서 우리과를 지원했다가 떨어지는 인턴에게 모 기피과 과장님이 직접 전화를 했었다. [본문으로]
  16. 물론 하지정맥류도 괴로운 병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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