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그렇듯 기사 먼저 보기


내가 살다가 유시민을 제외한 비새누리당 정치인을 지속적으로 까는 일이 생길 줄은 몰랐다. 바로 박원순 서울 시장이다.


요즘 들어 박원순 시장의 의료 관련 정책이 자꾸 헛발질을 하는 느낌이다.


일단 피아 식별을 위해서 먼저 고백한다.


김일성 개객기, 김정일 개객기, 김정은 개객기, 새누리당 개객기.


위에서 보면 다른 제도들은 모두 나쁜 시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의사 입장에서 도통 이해가 가지 않는 제도가 바로 '착한아기 새벽열내리기 프로젝트' 라는 제도다. 이는 2015. 03. 24. 현재 아직까지[각주:1] 답변을 받지 못하고 있는 '옆집 의사 제도' 와 더불어 과연 박원순 시장 주위에 저런 식의 의료 정책에 관하여 눈치보지 않고 간할 수 있는 의사들이 단 한명이라도 있는가라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환자들이 병원을 찾는 이유는 가지 각색이지만, 직접 임상 상황에서 이를 마주하는 의사들은 그 어떠한 과를 막론하더라도 변화 시 촉각을 곤두세우는 지표가 있다. 한국어로 활력 징후라고도 표현되는 환자 개개인에 있어서는 가장 중요한 지표인 vital sign이다.


사람이 살아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의학적 지표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혈압, 맥박, 체온, 호흡을 수치로 표시한 vital sign은 그 중에서도 가장 직접적이고 원초적인 살아 있는가를 수치화해서 표시한 것으로 환자 개개인에 있어서는 그 어떠한 검사값보다도 중요한 수치다. 물론 평상시에도 남들보다 혈압이 높은 고혈압 환자도 있고, 호흡수가 남들보다 높은 호흡 곤란을 겪는 환자들도 있다. 그러나 각 개인에 있어서 갑자기 이러한 수치가 요동을 친다는 것은 '너님 지금 숨넘어감' 혹은 '너님 지금 살아있음?' 등을 의미하는 상황이고 대부분은 의학적으로 긴급히 조치를 취해야 되는 상황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지금 박원순 시장이 잡겠다는 것은, 아직 성장이 다 되지 않은 소아에서 발생하는 고열이다. 사람의 신체는 항상 일정한 상태를 유지하려는 성질[각주:2]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항상성이 깨어지면서 고열이 발생한다면 뭔가 인체 내에 중대한 문제가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가장 흔한 원인인 감염에 의한 것 일수도 있으며, 종양이나 약물 등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 하다못해 온갖 검사를 다하고도 원인을 찾지 못해 FUO[각주:3]라는 진단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진단을 붙인 상태로 보존적 치료만 하는 경우도 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이러한 발열의 원인에 따라서 치료 방법은 각자 다르므로, 원인의 판별은 치료의 가장 중요한 단계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따라서 발열의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서 의사들은 병력을 청취[각주:4]하고, 신체 검진을 하면서, 의심되는 병명을 머릿속으로 정리하고, 이를 감별하기 위한 검사를 시행한다. 그러나 이는 그렇게 변동이 급작스럽거나 심하지 않은 상황 하에서 발생하는 일이다.


당장 심장이 멈춰서 맥박이 뛰지 않고 혈압이 떨어지는데 왜 혈압이 떨어질까라고 검사 먼저 하겠는가? 일단 CPR 상황으로 들어가서 강하게 심장을 압박하면서 vital sign을 정상으로 만들려고 시도하지. 발열도 마찬가지다. 내가 알기로 소아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심하지 않은 발열은 자가 관해적[각주:5]인 바이러스성 질환일 가능성이 가장 높으며, 이러한 것은 그냥 약국에서 파는 해열제를 먹거나 그 다음날이면 저절로 좋아지는 경우가 대다수다. 그리고 이러한 경우라면 당연히 '착한아기 새벽열내리기 프로젝트'는 필요없다. 왜 의료와 관련된 세금을 의학적으로 의미 없는 일에 낭비하나?


그러나 저런 한가한 상황에 해당되지 않는 39도 이상으로 치닫는 심한 고열이라면? 당연히 앞서 혈압의 예와 마찬가지로 일단 열부터 낮춰야 한다. 저기 전화해서 할랑하게 '우리 애가 열이 심해요 ㅠㅠ' 라고 상담하고 있을 처지가 아니다. 가까운 병원 응급실로 끌고 가야될 상황이지. 당연히 이러한 경우에도 '착한아기 새벽열내리기 프로젝트'는 필요없다. 


더군다나 필요시 출동? 만약에 환아 보호자가 제대로 설명을 못해서 '괜찮아요.' 했다가 갑자기 상태가 악화된다면 그 책임은? 환자를 직접 보고 상태를 명확히 파악할 수 있는 것도 이나고 이건 그냥 전화받으면 출동하라는 말이다. 아니면 기계적으로 '가까운 응급실로 뛰세요.'라고 대답하던가. 차라리 이럴 것이면 119 응급 구조대를 부르는 것이 더낫다. 온갖 개잡놈[각주:6]들에 의해 악용되고 있는 응급 구조대는 출동 요청을 거부하지 못하니까. 


서울 시내가 무슨 아버지가 눈길헤치면서 산수유 열매 따다가 먹여야[각주:7]하는 병원 하나 없는 무의촌도 아니고 널린게 응급실인데 이게 뭐하는 짓인가? 얼마 안되는 돈이라도 저 차량 운행 비용이며 의사 및 간호사 인건비로 응급 구조대 1명이라도 더 뽑는 편이 훨씬 도움이 된다는 말이다.


게다가 이거 우리 레이디 가카께서 끊임없이 시도하시는 원격의료다. 아직 실정법도 마련안된 원격의료를 이렇게도 야심차게 준비하다니! 제발 박원순 시장은 저런 것 질러대기 전에 서울시와 아무 관련이 없어 박원순 시장 눈치볼 일 없는 실제 임상에서 진료를 보는 의사에게 조언 좀 구하고 하길 바란다.





  1. 공식 답변 기한은 2015. 03. 25. 까지로 아직 늦은 것은 아니다. [본문으로]
  2. Homeostasis. 항상성이라고 한다. [본문으로]
  3. Fever of unknown origin. 그냥 원인은 모르겠는데 열이나네라는 진단이다. [본문으로]
  4. 언제부터 그랬어요? 아픈 곳은 없어요? 기침은 안하나요? 소변은 잘 봤나요? 등등 [본문으로]
  5. 아프다가 스스로 해결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본문으로]
  6. 취객에 의한 난동, 애완동물 성애자, 장난 전화, 병원 갈 택시비가 아까워서 사용하는 개쌍놈 등등 [본문으로]
  7. 김종길 작 '성탄제'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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